한탄강 물윗길: 겨울 트레킹의 진수(태봉대교 부터 고석정까지 후기)
지난번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걸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트레킹 코스가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겨울이 끝나기 전에 나머지 한탄강 물윗길도 경험해 보고 싶었고,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생생한 후기를 바탕으로, 한탄강 물윗길의 매력을 여러분께 전합니다.
한탄강 물윗길의 첫걸음: 서울에서 철원까지
서울에서 철원으로 향하는 구리포천 고속도로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막힘없이 달렸습니다. 약 1시간 30분이 걸려 물윗길의 첫 출발점인 태봉대교 매표소에 도착했죠. 철원 지역은 서울과 달리 눈이 남아 있어 곳곳에서 겨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지만, 물윗길 주변은 눈이 녹아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탄강 물윗길 운영 정보
기본 운영 일정
- 운영 기간: 2024년 10월 ~ 2025년 3월
- 운영 시간: 09:00 ~ 17:00 (매표 마감 16:00)
- 전체 코스: 직탕폭포 ~ 순담계곡 (8.5km, 부교 3.3km 포함)
- 주요 코스 개방 일정:
- 직탕폭포 ~ 은하수교 (1.5km): 2024년 10월
- 직탕폭포 ~ 고석정 (6.2km): 2024년 11월
- 직탕폭포 ~ 순담계곡 (8.5km): 2024년 12월
태봉대교부터 송대소까지: 트레킹의 시작
주차와 매표소 정보
태봉대교에 도착하면 넓은 주차장이 여러 곳에 나뉘어 있습니다. 주차요원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편하게 주차를 마치고,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 티켓 가격: 성인 10,000원, 소인 4,000원
- 철원사랑상품권 제공: 성인 기준 5,000원 반환
상품권은 물윗길 중간 매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당바위 매점은 경치가 아름다워 상품권 사용처로 강력 추천합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전기차 급속충전소가 보이길래 충전을 걸어둘까 하다가, 서울까지 돌아가기에는 충분해서 그냥 놔두고, 화장실만 들렀다가 매표소에서 발권을 받았습니다.
티켓가격은 성인 1만 원 이고 소인은 4천원입니다. (철원 군민은 무료 입장) 그리고 티켓팅을 하면 성인 1만원 기준 5,000원을 다시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줍니다. 참고로 주상절리길과 다르게 물윗길은 중간중간에 매점들이 있는데, 이 매점에서도 상품권을 쓸 수 있습니다.
태봉대교에서 송대소까지 코스
트레킹 초반, 태봉대교에서 송대소까지는 약 1.5km로 가벼운 거리입니다. 이 구간은 평지가 대부분이라 누구나 걷기 편리하며, 도중에 한탄강의 독특한 화산 지형인 송대소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송대소는 현무암 절벽과 주상절리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으로,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웅장함을 자랑합니다.
코스는 전반적으로 평지에 가까운 길이였습니다. 주상절리길의 경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고, 또 매우 높은 길을 잔도길로 걷게 되는데 그에 반해 이곳은 그냥 평지입니다. 물론 중간중간 포장되지 않은 강변길을 걷게 되고, 이때 바위등이 있는 고르지 못한 길 구간도 종종 나오니, 가급적이면 운동화나 트레킹화 정도는 꼭 신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알겠지만, 태봉대교가 강의 상류의 위치입니다. 때문에 태봉대교에서 고석정으로 내려가는 방향은 물길을 따라 함께 내려가는 방향인데, 반대로 고석정 쪽에서 올라온다면 물을 거슬러 오게 됩니다. 길이 평평한 길에 가깝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강이 흐르듯 조금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이동하는 셈이니, 풍경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바라보는 게 더 아름답습니다. 가급적이면 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가시기를 추천 합니다.
태봉대교에서 출발해서 송대소 까지는 1.5KM라 금방 도착할 수 있는데, 이 송대소는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긴 지형이라고 합니다. 물윗길 트레킹이 아니라면 배를 타고 접근해야 볼 수 있을 풍경인데, 이렇게 물윗길로 접근해서 바로 앞에서 이 신기한 지형을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기회구나 싶었습니다.
송대소에서 은하수교까지: 매력적인 트레킹 코스
송대소를 지나 은하수교까지 이어지는 길은 다양한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구간입니다. 녹은 얼음 사이로 들려오는 물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고, 중간중간 자갈길과 바위 구간을 지나며 트레킹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트레킹 팁
- 평지 위주의 코스지만, 비포장 강변길과 바위가 있는 구간도 있어 트레킹화를 신는 것이 좋습니다.
- 길은 강의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가는 방향이 더 아름다우니, 태봉대교에서 고석정을 향하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송대소의 전설
우리나라의 역사 유적지들을 가보면 종종 그 장소만의 전설이 있는 곳들이 있는데, 이 송대소에도 그런 전설이 있습니다. 전설의 내용은 옛날에 송도 사람인 삼 형제가 와서 두 사람은 이무기에 물려 죽고, 나머지 한 사람이 이무기를 잡았다고 하여 '송도포'라 불리게 되었는데, 이 명칭이 후에는 '송대소'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곳의 지형이 굽이굽이 물이 흐르고, 현무암 절벽과 주상절리들이 촘촘히 자리 잡아 그런 전설이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은하수교 - 마당바위 코스
어느덧 은하수교가 보입니다. 첫 번째 코스가 이렇게 끝이 나는데, 대부분 이 한 코스만 걷는 사람들은 없는 듯싶습니다. 모두가 이어지는 길을 따라 고석정 방향으로 트레킹이 이어집니다. 이제부터는 은하수교에서 마당바위를 향해 내려가게 되는데, 중간중간 녹은 얼음 사이로 들리는 물소리가 귀를 정말 즐겁게 해 줍니다.
임시 가교를 타고 지나면 이처럼 잠시 자갈길을 지나가기도 합니다. 트레킹을 하러 왔으니, 이런 길을 건너는 것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잔잔하게 다듬어진 길보다는 역시 이런 길을 걷는 것이 트레킹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신고 온 신발이 혹시라도 일반 구두나 로퍼 같은 신발이라면 주의하시기를 바랍니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어 아쉬운데, 눈이 쌓인 바위 풍경과, 거세게 흐르는 물소리등이 정말 좋습니다. 아쉬운 건 지금 걷는 이 포장되지 않은 강변길도 눈이 쌓여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아직 물윗길을 가보지 못한 분들이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일기예보를 지켜보시다가 눈이 오고 난 이후에 이곳을 가보시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가는 길에 이처럼 청둥오리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철원 지역이기 때문에 철새들이 오고 가는 풍경들도 볼 수 있습니다.
마당바위 도착
마당바위는 한탄강 한가운데, 이처럼 넓은 널빤지, 운동장처럼 펼쳐져 있는 화강암 암반 바위입니다. 이 바위는 원래 너래바위나 너른 바위라고 이름이 붙여져 있었는데, 현재에는 마당바위로 부른다고 합니다.
이 마당바위에 도착하면 관리원 분이 상주하고 있고, 옆으로는 간이매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마당바위 앞쪽으로 물이 졸졸 흐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는데,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이곳 매점에서 라면이나 커피등을 사서 먹으며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다만 가격은 아무래도 조금 비싼 편인데, 컵라면이 3,000원 정도 했습니다. 뭐 여기까지 이고 지고 와서 파는 거니 그러려니 하고 사 먹으려 했는데, 아쉽게도 이날 우리 앞에서 컵라면이 모두 매진되었습니다. 정말 한탄강에서 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아쉽지만, 누군가 매점옆 바위에 신기하게 세워둔 돌들만 구경하고, 다시 고석정을 향해 이동했습니다. 화장실이 슬슬 가고 싶기도 했지만, 여긴 없으니 이제 참고 내려가기로 합니다.
마당 바위에서 내대 양수장 가는 길
이제 마당바위에서 내대양수장까지 가게 됩니다. 이 길은 물윗길은 약 300미터 정도이고 이후 강변길이 500미터 정도 나오는 코스입니다. 이곳은 특별한 점이 있다면, 가장 넓은 폭의 강변길을 걷는다는 점이랄까? 갈대가 우거진 길을 걷다 보면, 꼭 조선시대 한양으로 걷던 선비가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두 번째 매점 내대양수장 매점
내대양수장 앞에 도착하면, 이처럼 매점이 또 나옵니다. 붕어빵 1개에 천 원, 커피믹스 1잔에 1천 원에 팔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 더 가면 실하리 양수장을 지나 승일교에 도착하니 이곳도 그냥 지나치기로 했습니다. 화장실이 참고로 내대양수장 윗편에 있기는 했는데, 전형적인 시골 야외화장실이라 그냥 지나쳤습니다.
실하리 양수장
주변 풍경에 감탄을 하다 보면 힘든 줄도 모르고 실하리 양수장까지 도착하게 됩니다. 이제 승일교까지 가면 우리는 트레킹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오후에 늦게 도착해서, 다시 돌아갈 셔틀버스를 타려면 시간이 애매했기 때문입니다. 실하리 양수장 아래에서도 매점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식사 시간대라면 국수 한 그릇도 괜찮을 듯싶네요.
이제 승일교에 도착을 했는데, 어제로 행사가 막이 내렸지만 철원 한탄강 얼음 트레킹 행사장이 이곳에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체험행사들도 있었는데, 역시 그런 거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지나치고 승일교를 통해 셔틀을 타러 가기로 했습니다. 승일교 일대는 인위적으로 물을 뿌려 거대 빙벽을 만들어 놨는데, 아무튼 대단한 경치이다 싶기도 했습니다.
철원 승일교
눈으로 보아도 정말 오래된 이 다리를 건너면 셔틀버스 정류장이 나옵니다. 예전부터 종종 철원을 오가면서 이 낡은 다리는 무엇일까 싶었는데, 다리를 건너면서 알고 보니 대한민국근대유산으로 지정된 다리로서 일제 패망 직후 소련군정을 거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실효로 지배하던 시절 공사가 시작되었다가, 한국전쟁에 주한미군과 공병대가 완성을 해서 지은 특이한 다리라고 합니다. 즉 북한과 남한이 반반 지은다리인데, 때문에 다리 아래의 아치 두 개가 공법이 서로 다르게 지어졌다고 합니다. 승일교라는 이름은 이승만의 승과 김정일의 일을 따서 붙였다고 하기도 하고, 한국 전쟁당시 큰 공적을 세운 연대장 박승일 대령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서 승일교로 지었다고도 합니다.
셔틀버스 탑승
이제 트레킹을 마치고, 차량을 주차해둔 태봉대교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참고로 승일교 쪽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태봉대교 방향으로 가고, 길 건너 반대편에서 타면 순담으로 간다고 합니다. 우리는 태봉으로 가야 해서 승일교 주차장에 마련된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는데, 이때 시간이 네시가 넘어서인지 태봉 쪽 탑승객이 많아 버스 한 대를 떠나보내고, 20여분 정도 더 기다린 끝에 셔틀을 타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지난번 주상절리길도 그렇고, 이번 트레킹을 하면서도 가장 만족스러운 게 바로 시작점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이 셔틀버스 시스템인데, 누구 아이디어 인지 몰라도 정말 칭찬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이 시스템이 한탄강 물윗길 트레킹의 화룡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론: 트레킹을 마치며
이번에 태봉대교부터 승일교까지 5km구간을 걸었고, 지난번 주상절리길도 3.6km정도를 걸었는데, 난이도로 따지면 주상절리길은 계단때문에 좀 난이도가 있다고 보면 되고, 반대로 물윗길은 대체로 평지라 누구나 가볼만한 길이구나 싶다. 당일에 태봉대교 부터 순담까지 가는 일정도 어렵지 않을것 같은데 (날씨에 따라 다르겠으나) 만약 전체 코스를 하루에 타려면 늦어도 11시 정도에는 출발해야 중간중간 티타임도 갖고, 컵라면도 먹고, 국수도 먹으며 여유롭게 다녀오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태봉대교 부터 승일교 까지 한탄강 물윗길 소요시간은 애플워치로 재어본 결과 1킬로에 20분 정도, 총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중간중간 기념사진 충분히 찍고, 잠시 멈춰 주변도 둘러보며 걸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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